2012년 05월 18일
유예기간

딱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채 한달반이 흘러버렸다. 한달반동안 밤낮없이 집중을 했다면 이미 끝났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또다시 얻게된 유예기간이 되려 감사하다. 실은 어딘지 모르게 초조하고 불안했노라고 고백한다. 한번 되새김질 해볼 겨를도 없이 무턱대고 달리다가 넘어져버리기도 하면 다음번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차근차근 해보고도 싶었다. 이것이 떡인지 쌀인지 돌인지는 알고 삼켜야 소화가 안되어도 할 말은 있을것 같아서.
가장 화가 났던 이유는 역시나 내 자신에게 있었다. 최근들어 스스로에게 화가 잔뜩 난 상태가 계속되었다. 책상에 앉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건지, 힘들게 앉은 책상에서 도대체가 집중력이 없는건지, 부엌은 거의 포기한채로 비싼 돈을 지불한채 왜 그렇게 몸에 해로운 것만 먹고 다니는건지, 신나게 놀지도 못하고 무섭게 노력하지도 못하면서 지리하게 흐른 시간들이 온통 후회스러웠다. 누군가는 내게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라고 말해줬지만 내가 아는 진실된 나는 완벽의 ㅇ에도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다. 난 그저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 괴로워하는지도 모른다.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왼쪽어깨의 근육이 돌처럼 단단히 굳었고, 없어진 줄로만 알았던 입술의 아토피 증상이 일년여만에 재발했다. 책상위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얻은 것들은 대략 그러하다. 40여일의 유예기간이 새로이 생긴 지금 무엇보다 나는 내 스스로부터 즐거워질 필요가 있음을 절감한다. 처음엔 이것도 오로지 '재미있을것 같아서' 오케이를 외치지 않았던가. 컴퓨터를 꺼야겠다. 책상을 박차고 나가야겠다. 반년넘게 미뤄운 운희씨의 작업실에 찾아갈 것이고, 말벡씨가 보고 싶어하는 어벤져스도 함께 볼 것이고, 텅 빈 냉장고를 채워서 투움바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골드컬러의 플랫도 한켤레 사서 마음편히 서점에도 가야지. 충분히 자고, 충분히 먹고, 충분히 산책한 다음 '재미있을것 같아서 오케이를 외쳤던 여자의 심정으로' 책상에 앉을 예정이다.
# by | 2012/05/18 02:39 | 생활의 무늬 | 트랙백 | 덧글(10)







